[이기자의 유레카!-35]올해 한가위 잘 보내셨나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예년과 다른 `비대면` 명절이었습니다.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는 것이 효도인 상황에서 몸은 가지 못해도 마음만은 더 가까이 함께했던 추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다보면 집이 생각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우린 전화로 안부를 전하거나 종종 집에 들르곤 하죠. 고향을 찾는 것, 인간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동물도 마찬가지인데, 이를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고 하죠.
`범도 죽을 때 제 굴에 가서 죽는다`와 수구초심(首丘初心·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제가 살던 굴을 향해 돌린다). 동물이 등장하는 이 고사성어는 모두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 속 제비는 박씨를 물고 흥부 집으로 `돌아옵니다`. 제비의 귀소본능 덕분이었죠. 삼국시대 김유신과 천관녀의 설화 속 이야기는 말의 귀소본능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연히 기생집에서 하룻밤 자고 온 김유신은 다시는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느 날 김유신이 술에 취해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기생집을 기억한 말이 김유신을 그곳으로 인도했습니다. 정신을 차린 김유신은 말을 베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연어도 산란을 위해 자기가 태어난 장소로 돌아오죠.
반려견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이유
최근 체코 연구팀은 사냥감을 쫓아 숲속 깊숙이 들어간 사냥개들이 주인에게 어떻게 되돌아오는지를 연구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히네크 부르다 체코대 교수 연구팀은 실험견에 액션캠과 GPS 추적기를 게에게 부착한 뒤 개들이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숲으로 데려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사냥감을 쫓아 숲속으로 들어간 개들이 어떻게 주인에게 돌아오는지를 관찰했습니다. 사냥개들이 시각 정보에 의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실험은 매번 숲의 새로운 장소에서 진행됐습니다. 바람도 개에서 사람 쪽으로 불었기에 사냥개는 냄새에 의존할 수도 없었죠.
연구팀은 27마리의 사냥개를 대상으로 3년간 600여 차례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개들이 세 번 중 한 번은 전혀 다른 경로를 거쳐 주인에게 돌아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냥개들은 자신이 지나간 길을 그대로 되짚어 돌아오는 `추적` 방식과 전혀 다른 길로 돌아오는 `정찰`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추적과 정찰 방식을 섞어 쓴 개들도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갈 때와 올 때 길이 달랐던 `정찰` 방식을 사용한 개들에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이 영상과 GP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찰 방식을 택한 개들은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멈춰 남북으로 20m 정도를 질주했습니다. 이후 새로운 방향을 잡아 주인에게 돌아왔습니다.
개들이 돌아온 경로는 평균 1.1㎞에 달했는데, `정찰` 방식을 택한 223건 중 약 170건에서 사냥개들은 주인에게 돌아오다 멈추곤 남북으로 약 20m를 질주했습니다. 연구팀은 "나침반 질주(compass run)를 거친 개들은 남북으로 달리기 전보다 더 가까운 경로로 주인에게 돌아가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부르다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개들이 현재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남북 축을 따라 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동물의 자기 감각과 거북이의 항법능력을 연구하는 캐서린 로만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개를 포함해 많은 동물이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자기 나침반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부르다 교수 연구팀은 앞서 2013년 개의 배변활동과 지자기 간 연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년 동안 70마리 개의 8000여 번의 배변 활동을 관찰한 결과 개들은 제자리를 빙빙 돌다 나침반처럼 남북 방향에 맞춰 볼일을 봤죠. 연구팀은 방향에 맞춰 배변하는 것은 배변을 통해 표시한 지점이 어느 방향인지 등 상대적인 위치 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람의 육감은 이것?
지구는 남극에서 북극으로 자기력선이 흘러 자기장을 형성합니다. 이 자기장의 세기는 냉장고 자석의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죠. 인간이 GPS를 이용해 현재 위치와 경로를 파악하는 것처럼 철새, 바다거북 등 장거리를 이동하는 동물들도 지자기를 감지해 길을 찾습니다. 체코대 연구팀의 연구는 다른 동물처럼 개도 이 지자기를 느낄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한 셈입니다.
과학계 일각에선 철새, 연어 등 동물처럼 사람의 몸속에도 `자기 수용체`가 어딘가에 있어 지자기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밝히기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가장 유명한 실험은 1980년대 영국에서 진행된 실험으로, 맨체스터대 학생들이 눈을 가린 채 차를 타고 50㎞를 이동한 뒤 학교 방향을 가리키는 실험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인간의 `여섯 번째 감각(지자기를 느끼는 것)`을 규명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조지프 커슈빙크 캘리포니아공대 교수 연구팀은 34명의 참가자들을 어두운 `패러데이 새장(외부 자기장인 지자기를 차단할 수 있는 시설)`에서 1시간가량 앉아있게 한 뒤 자기장을 변화시키며 뇌파검사(EEG·뇌전도)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이 살고 있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과 유사한 자기장을 만들었다가, 자기장의 방향을 움직여봤습니다. 마치 우리가 머리를 전후좌우로 기울이는 것과 같은 환경을 만든 것이죠. 뇌파를 측정한 결과 일부 참가자에서 연구팀이 자기장에 변화를 줄 때 뇌가 반응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진 못해도 뇌는 지자기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구결과는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됐습니다.
지난해 경북대와 한경대 공동연구팀도 자기감각은 기능적으로 생존과 관련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중맹검 실험을 했습니다. 20~33세 정상인 남녀 각각 20명을 대상으로 식사한 상태와 18시간 금식한 상황을 나눠 회전의자에 앉아 동서남북 네 방향 중 무작위로 설정된 지구자기장(자북)을 찾는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시청각을 차단한 채 회전의자에서 돌다가 자북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에서 멈췄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중 당분을 먹은 경우와 먹지 않은 경우를 나눠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금식 후 음식을 먹은 남자가 무작위로 바뀐 자북을 잘 찾았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정말 자기장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인간의 지자기 감각에 대한 연구는 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커슈빙크 교수는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자기 수용체`는 타조의 날개처럼 퇴화했지만 그 흔적은 남아있을 것"이라며 "이는 원초적인 감각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올덴부르크대 생물 물리학자인 미하엘 빙클호퍼도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문명 발달과 함께 인간이 그 능력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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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4, 2020 at 04:0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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